재미있는 종자이야기 ④


배추, 무 등을 포함하는 십자화과 식물은 잎, 줄기, 뿌리, 꽃봉오리(화뢰), 종자 등 식물체의 모든 부분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작물이다. 이 가운데 순무는 ‘Brassica rapa’에 포함되며 러시아 등 유럽에서는 채소 및 사료작물로 재배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잎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잎과 뿌리를 채소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채소인 ‘강화순무’는 현재 강화도와 김포 일부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는데 오늘날까지 김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오미자, 매실, 쌀누룩 등 발효자원을 접목하여 순무발효음료를 개발함으로써 지역 브랜드 상품으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순무는 배추의 조상

순무(Brassica rapa L. subsp. rapa)의 학명 중 Brassica는 그리스어의 ‘brasso(삶는다)’ 또는 켈트어의 ‘bresic(양배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종명인 ‘rapa’는 그리스어의 ‘rapus’로부터 나온 것인데 켈트어의 ‘rab’로부터 유래되었다. 영어의 ‘Turnip’은 ‘turnep’이라고 불리었는데 이는 ‘turn’과 ‘næp’의 합성어이다. ‘Turn’은 영어의 ‘turned’, 프랑스어의 ‘tour’, 즉 둥근모양을 뜻하고 ‘næp’은 앵글로색슨어로 라틴어의 ‘napus’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어로는 무청, 만청이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순무를 쉿무우, 쉿무수라고도 한다.

순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남부 유럽을 원산이라고 하는 일원설, 지중해 연안과 아프카니스탄 지역을 원산이라고 하는 이원설, 그리고 지중해연안, 북유럽, 시베리아 지방을 원산이라고 하는 다원설이 있다. 러시아 과학자인 바빌로브와 신스카야는 이원설을 주장한 바 있다.

7세기경 중국북부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던 순무와 중국남부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던 숭(팍초이)이 중국 북부지방의 양주에서 자연교잡 되어 배추의 원시형이 나타났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순무는 배추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뿌리가 무처럼 비대하고 명칭이 순무여서 무와 비슷한 식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계통발생학적으로 배추와 가까운 작물이고 염색체수도 순무와 배추는 2n=20이고 무는 2n=18으로 순무와 무는 큰 차이가 있다.

각종 문헌에 채소와 약재로 사용 기록

순무는 기원전부터 유럽에서 재배되었고 신대륙으로는 까르띠에가 1540년에 캐나다로 전파하였고 그 후 미국, 멕시코로 전파되었다. 중국에서는 ‘시경(기원전 770경)’에 봉(葑)이라는 기록이 있고 ‘이아(기원전 4세기 경)’에 순무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서기(720)’에 기록이 있고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도입 되었거나 직접 도입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순무가 도입된 연대와 경로는 분명하지 않으나 일본보다 앞서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순무에 대한 첫 기록은 고려시대에 발간된 ‘향약구급방(1236~1251)’에 서술되어 있고, 또한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에서 순무에 대하여 읊고 있는 바, “담근 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 겨울 내내 반찬 되네, 뿌리는 땅속에서 자꾸만 커져 서리 맞은 것 칼로 먹으니 배 같은 맛이지”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각종 문헌에도 순무가 등장하고 있는데 ‘동의보감’에 “봄에는 새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먹으며 가을에는 줄기를 먹는 순무는 황달을 치료하고 오장에 이로우며 씨를 말려서 오래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순무는 채소와 약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동물실험에서 간암․간경화 증세 경감 밝혀져

강화순무는 강화도에서만 재배되는 토종 채소이다. 현재까지도 농가에서 자가 채종을 하여 유지, 보존하고 있고 농가마다 선호하는 형태를 매년 선발,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뿌리 모양, 색깔, 잎 형태 등이 매우 다양하다. 강화순무의 뿌리모양은 팽이형(원추형)과 쐐기형(우각형), 뿌리색은 백색과 자주색, 엽형은 절엽과 판엽이 존재한다. 최근 농가와 소비자들이 뿌리가 팽이형에 전체가 자주색을 띄며 잎은 절엽인 순무를 선호함에 따라 백색의 순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강화순무의 내력에 대해서는 정확치는 않으나 1893년경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가 설립될 당시 영국에서 파견된 콜웰 교관 부부가 영국에서 순무와 루타바가 2종을 가지고 와 본래의 강화순무와 교배 되면서 오늘날의 강화순무가 된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콜웰이 자주색 순무를 들여오기 이전부터 강화에도 자주색 순무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화순무는 수분함량이 90% 이상으로 열량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당류와 탄수화물 등 전분을 5% 이상 함유하고 있어 이전에는 대용식, 혼식 재료, 구황작물로 재배가 권장되었다. 잎에는 무기질과 수용성 칼슘과 철의 함량이 많고, 비타민A의 급원으로써 카로틴 등 비타민 A, B, C의 함량이 많다.

뿐만 아니라 잎의 건물 중에는 25~30%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미국에서는 순무의 잎을 중요한 녹엽채소로 식용 또는 통조림으로 이용한다. 최근 국내 동물실험에서 간암, 간경화 증세를 경감시켜주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순무의 주요 기능성 성분으로는 간암 유발물질인 아플라톡신을 해독하는 글루코시노레이트,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인돌 성분이 들어있다.

이렇듯 순무는 주곡 작물에 부족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으며, 성인병 예방 및 항당뇨, 항암, 항노화, 돌연변이 억제 효과 등이 있다. 향후 건강 기능성식품, 의약품 소재개발 분야 등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농진청, 순무발효음료 개발

농촌진흥청은 최근 순무를 이용해 피로회복과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는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순무발효음료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발효음료는 주재료인 순무만을 발효한 ‘순무발효음료’, 순무에 효소제로 쌀누룩을 첨가한 ‘순무 쌀누룩 발효음료’, 순무에 각각 오미자와 매실을 넣어 발효한 ‘오미자 혼합 순무발효음료’ 및 ‘매실 혼합 순무발효음료’ 등 총 4종이다.

특히, 순무 쌀누룩 발효음료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특허출원을 하였으며, 지난 4월에는 전국 순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순무 주생산지인 강화군 농업기술센터에 제조방법 및 활용법을 기술이전 했다. 순무발효음료는 농가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도록 개발됐기 때문에 소규모 가공사업장의 소득증대 제품으로 특화한다면 지역 특산물의 소비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석영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lsy007@rd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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